서사

나라고 내가 유부남의 내연녀, 뭐, 그런 입장인 줄 알았겠나. 남 가정 파탄 내는 취미는 없었는데 상대가 유부남이라면 아무리 빌런이라도 자처하는 수 밖에. 나쁜 년 역할이라면 아무래도 꽤... 자신 있는데. 아, 애까지 있는 가정이라 좀 고민되긴 했지만... 나는 그 사람이 유부남인 걸 그 사람의 입에서 들은 게 아닌 실수로 목격한 거잖아. 그래, 나는 마주쳤을 당시에 모르는 척도 해 줬고. 나는... 그 인간이 조금은 불행했으면 해. 그리고 그 불행의 이유는 반드시 나여야만 해. 근데 확실히... 애가 셋이나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섹스 하나는 더럽게 잘 하더라. 여러 번... 갔지, 아마도. 아, 이러다 간통죄, 뭐, 그런 걸로 고소 당해도... 아, 그 상황이 닥쳐오면 할 변명이 없네. 고민 좀 해 봐야지....

- 오빠, 와이프 있는 거 왜 말 안 했어. 응? 나만 괜히 나쁜 년 된 것 같잖아. 응? 아냐~ 뭐, 와이프를 직접 찾아간다거나 하진 않을 거야. 내가 뭐,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사모님두 아니고. 근데 당신 와이프가 먼저 찾아온다면... 음, 글쎄. 바람 피운 걸 모른다고 해도 누가 봐도 의심이 갈 정도로 말할 것 같긴 하다. 예를 들어서... 어머, 혹시 지섭 오빠 와이프 되시는 분이세요? 저는 그냥 지섭 오빠 아는 동생이에요.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세요? 아, 와이프 있는 남자한테 오빠라고 하면 안 되나? 죄송해요~ 꽤 오래 알아 왔던 사람이라... 호칭을 바꾸는 건 아무래도...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