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첫만남으로 따지기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한 어렸을 때고, 아마도 재회 후 얘기를 꺼내는 게 맞겠지. 나도 몰랐다. 스물 중반이 돼서야 구 짝남을, 우연히도 아니고... 어플에서 만날 줄은. 말투 보고 혹시나, 했지만 비슷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진짜 앓다 죽을 짝남일 줄은 몰랐지. 그 인간 하나 때문에 여태 연애는 무슨, 썸도 안 타고, 이러다 처녀귀신 될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원나잇 한 번만 하자는 마인드로 어플 한 번 깔았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 내 지고지순한 짝사랑의 당사자라고 한다면? 소설에서도 비현실적이라고 할 얘기를 내가 실제로 겪고 있다면? 어이없어? 나도 많이 어이없어. 심지어 후에 알게 된 만나서 섹_스까지 다 한 이유가 칼럼 쓰기 위해서라면?

- 아, 그니까 나는 오빠 하나를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해 왔는데, 오빠는 그냥... 그냥, 일 때문에 만났다? 처음 만난 게 우연이라고 해도 그렇지, 계속 만난 이유가... 응, 칼럼, 칼럼, 오빠는 진짜... 어떻게 그래? 일 때문에, 응, 그럴 수도 있지,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왜, 왜, 왜 말을 안 해서 나만... 나만 설레는 병신으로 만들어.... 내가 오빠를 좋아하니까 오빠는 내가 쉬워? 응, 알지, 아닌 거 알지, 응, 근데... 조금 밉다. 우리 한동안... 보지 말자. 응, 그게 오빠한테도 나한테도 좋을 것 같아. 우리, 우리, 그냥 한동안은... 보지 말자. 며칠이면 될 거야, 아마 길게 안 걸릴 거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