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첫 만남은 그냥, 응, 말 그대로 그냥. 친구 따라 호기심에 와 본 호스트바에서, 평소라면 볼 일 없었겠지만 우연히 마주쳤는데... 사장이라고 들었는데 엔간한 마담들보다 취향이더라고. 아니, 나도 나보다 한참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한테 빠질 줄 알았겠어? 나도 나름대로 굉장히 당황스러운 걸, 내 취향이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자세히 안 보면 모를 장신구 하나하나 전부 명품에, 입은 옷까지, 누가 봐도 나 부잣집 아가씨예요, 하는 꼴로 그 누구도 고르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알아본 애들은 다 어필하기 바쁜데 아무래도 그 사장이란 인간이 꽤 제 취향이었던지라, 그 누구도 눈에 안 차더라. 미친 척 하고 진상 짓, 한 번 해 보는 거지. 돈 많은 아가씨가 이 정도 성깔은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그 인간 입장에선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여자 애가 이러니 짜증 나겠지만...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 야, 엉겨붙지 말고... 사장? 이랬나, 어쨌든 그 인간 불러 와 봐. 진상이라기보단... 아, 그 인간한텐 이것도 진상이려나? 그냥 돈 많은 아가씨가 미친 짓 한다고 장단 맞춰 주라면서 불러 와 봐. 이런 바닥에서 일 하는 인간들 돈 좋아하잖아. 바로 오천 입금한다고 해. 돈 말고 있는 것도 없는 인생에... 재미있는 게 생길 것 같은 기분이거든. 아, 거의 서른 돼가는데 이런 취미 갖는 건 좀 아닌가? 그래도 있는 게 돈인데, 그 상대가 돈이라면 귀찮은 일도 할 것 같은 인간이니... 얼마나 다행이야? 돈지랄, 그거 한 번 해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야, 들리면 좀 꼬드겨서 데려와 봐, 너희 내 취향도 아닐 뿐더러 재미도 없으니까. 아, 그래, 데려오면 너희도 돈 줘? 그러면 돼? 오백? 천? 줄게. 데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