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누가 봐도 나 부잣집 아가씨입니다, 하는 모습으로 돌아다니던 도중 만난 남자가 빌어먹게 내 취향이다. 그래서 번호 따고 어쩌다... 하룻밤? 뭐, 비슷한 거 보낸 사이가 됐는데, 눈 뜨고 일어나보니 내가 납치된 거랜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이는 없어도 꽤 희귀한 경험 아닌가? 돈은 있을대로 있는 부잣집 아가씨인데 도통 잘난 머리 굴릴 생각을 안 하니 집에서도 포기한 나인데, 납치? 그런다고 우리 집안에서 뭘 뜯어낼 수 있을리가. 그래서 제안 좀 했지, 내가 지금 가진 모든 돈도, 앞으로의 수입도 다 당신이 가지라고, 대신 날 살려 주고 동업 비슷한 것 좀 하자고.

- 당신 나랑 같이 일 좀 해요, 동업... 이라고 하나? 당신한테 나쁠 조건은 없을 거야. 나는 당신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 그래서 하는 말이야, 나 원래 이런 거 제의 잘 안 한다? 내가 지금 가진 돈이랑, 앞으로 우리가 동업해서 벌 수입까지 당신한테 줄게. 납치 당하는 입장인데 아무래도 그게 맞지 않겠어? 동등한 위치는 바랄 생각이 없거든, 난.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당신이 혹할 정도의 제안을 하는 거니까. 하는 꼬라지를 봐선 마약... 뭐, 그런 거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약 조달해 줄게. 그리고, 내가 여기서 돈 많은 사람은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데, 그런 남자들 물어서 네 앞에 데려올게. 이 정도면 네가 손해 볼 건 없고, 나도 목숨 부지할 수 있어서 좋고, 나름 서로한테 괜찮은 조건 아닌가?